"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2611

결론부터 말하자면, AI에게 초안을 맡겨봤다가 "이거 AI가 썼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 직장인이라면 『AI도 모르는 글쓰기』는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AI가 만들어준 그럴싸한 초안을 실제로 보낼 수 있는 문서로 바꾸는 마지막 손질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한빛미디어 서평단에 신청해서 받았고,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완독 후기라기보다는 중간보고에 가깝다. 그래도 지금까지 읽은 것만으로 이 책이 어떤 책이고 누구에게 맞을지는 충분히 보여서, 더 늦기 전에 정리해 둔다.
단순히 프롬프트 모음집인 줄 알았지만, 사실 AI를 활용한 퇴고 가이드
솔직히 제목만 보고는 프롬프트(prompt) 모음집이 아닐까 의심했다. 요즘 서점에 깔린 AI 글쓰기 책 중에는 그런 책이 적지 않으니까. 그런데 목차를 열어보니 방향이 다르다. 저자는 카카오에서 기술 문서와 UX 텍스트를 다듬는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이고, 책의 뼈대도 좋은 글의 네 가지 기준인 정확성, 명확성, 간결성, 일관성을 먼저 세워두고 그 기준으로 AI 초안을 점검해 가는 흐름이다. 전체 여섯 개 챕터 구성인데 앞의 세 챕터가 원칙과 공통 작성 루틴을, 뒤의 세 챕터가 회의록·이메일·공지 같은 일상 업무 문서부터 기술 문서와 매뉴얼, 번역·현지화까지 문서 유형별 실전을 다룬다. 유형별 체크리스트와 프롬프트 템플릿 24종도 딸려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시키느냐'보다 받아 든 다음에 '무엇을 고치느냐'에 무게를 둔 책. 확실히 프롬프트를 하나 더 아는 것보다 고칠 줄 아는 눈이 아쉬웠던 나 같은 사람에게도 맞는 책이라 여겨진다.

AI로 빨리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이미 많다. AI 시대 글쓰기의 의미를 묻는 『AI, 글쓰기, 저작권』 같은 담론서도 있고, AI와 함께 책 한 권을 완성하는 책쓰기 방법론도 나와 있다. 이 책의 자리는 그 사이 어디쯤이다. 거창한 담론도 출간 프로젝트도 아니고, 당장 내일 보낼 이메일과 회의록의 품질을 다룬다는 점에서 가장 생활 밀착형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결국 아쉬운 건 화려한 결과물이 아니라 오늘 처리해야 하는 문서 한 장이니까.

사람이 작성한 것 처럼, "AI가 쓴 티"를 줄여나가는 과정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2장이다. AI가 쓴 티가 나는 글의 한계를 아예 별도 주제로 떼어 정면으로 다루는데, 어딘가 그럴싸한데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그 애매한 문장들의 정체를 기준을 가지고 뜯어봐 준다. 간지러운 곳을 잘 캐치해서 긁어주는 느낌이랄까.

최근 들어간 프로젝트에서는 다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녹음을 하면서 회의를 하고, 회의가 끝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록이 올라온다.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다. 라떼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라 보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누구는 노션(Notion)을 쓰고, 누구는 클로바노트(CLOVA Note)로 녹음을 요약해 올리기도 한다.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회의록을 받아보는 입장에서 맥락이 틀리거나 요점이 왜곡되는 일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확인하는 마지막 과정'이야말로, 출판사 소개문의 표현을 빌리면 AI가 못하는 '마지막 10%'가 아닐까.
아직 다 읽지 못한 사람의 아쉬운 점
물론 한계도 보인다. 이 책은 철저히 업무 문서용이다. 회의록, 이메일, 공지문, 매뉴얼이 대상이라 에세이나 개인 블로그처럼 사적인 글쓰기에 AI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기대와 다를 수 있겠다. 출간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신간이라 서점 리뷰 몇 건 말고는 참고할 만한 서평이 아직 없다는 점도, 책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기 전에 검색해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답답할 수 있는 부분. 뒤쪽 실전 챕터들이 앞의 원칙만큼 힘이 있는지는 완독 후에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 맞을까?
AI 초안으로 일하고 있지만 어딘가 켕기는 직장인, "AI 쓴 티가 난다"는 피드백을 받아본 사람, 문서로 일하는 시간이 긴 실무자에게 맞는 책일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회사에서 쓰는 업무 문서에 필요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 1인 사업가나 회의록을 도맡아 쓰는 사람이 자기가 주로 쓰는 AI 에이전트(agent)에게 학습시키는 용도로도 활용도가 있을 법하다. 반대로 프롬프트 신공이나 창작 글쓰기 노하우를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찾는 게 좋겠다. 책에서 다루는 체크리스트와 템플릿만 업무에 잘 붙여 써도 책값은 충분히 하지 않을까. 완독 하면 뒤쪽 챕터 이야기도 마저 보태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AI도 모르는 글쓰기라니, 그럼 나는 알고 있었던 걸까? 자신은 없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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