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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리뷰 - 왜 아직 주주가 아닌가

by 믹스 2026. 7. 22.

#2610

진보와 주식투자. 어딘가 서로 데면데면할 것 같은 두 단어가 한 제목 안에 나란히 붙어 있다.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는 "여러분은 왜 아직 주주가 아닙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투자를 단기 수익을 좇는 투기가 아니라 기업의 주인이 되어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힘으로 다시 정의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재테크 기법 서라기엔 사회 이야기가 많고, 사회 담론 서라기엔 실전 투자 이야기가 많다. 이게 투자서 인가 사회비평서인가? 읽는 내내 두 얼굴이 번갈아 나오는, 요즘 서점에서 보기 드문 조합의 책인 것 같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출간 당시 한때 온오프 서점가를 꽤 길게 장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대충 5년 정도 밑바닥에서 투자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롤러코스터를 이어가는 지금 시장에 나 스스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던 차에 이 책이 뭔가 힌트를 주지는 않을까 싶어 읽어 보게 되었다.

왜 진보에게 주식투자가 필요하다는 걸까

책은 서문과 네 개의 장, 맺음말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진보, 주식투자가 필요하다'가 사실상 이 책의 심장이라 생각된다. 저자의 진단은 이렇다. 진보 진영은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부자들의 돈놀이쯤으로 여겨 거리를 둬 왔는데, 정작 한국 가계자산의 65%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를 생각하면 그 거리 두기가 불평등을 완화하기는커녕 자산 격차를 키우는 쪽으로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차별이 적은 공간이고, 누구나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투자는 제로섬이 아니라 포지티브섬이라는 주장이 이어진다. "진보는 이념이 아니라 행동입니다"라는 문장이 이 장의 태도를 압축한다.

흥미로운 건 피케티 이야기다. 이광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피케티식 재분배 해법에 대해 너무 전통적인 방식이고 저항이 거세다며, 차라리 모두가 자본투자를 할 수 있게 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 세금으로 자본을 억누르는 대신 자본의 과실을 나눠 갖자는 발상인 셈인데, 동의 여부를 떠나 논쟁적인 지점인 것은 분명하다. 주식회사를 가족 기업이 아니라 공적 존재로 봐야 한다는 관점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과 갸웃하는 사람이 갈릴 텐데, 그 갈림 자체가 저자가 노린 지점이 아닐까.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2장 '다시 Buy Korea'는 한국 시장 이야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이유를 묻고, 상법 개정 같은 제도 변화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의 가능성을 찾은 뒤, 한국 기업은 프리미엄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다만 이 장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하는 주식투자'라는 챕터도 있어서,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보는 저자의 시각이 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시장 전망과 정치적 판단이 한 몸으로 붙어 있는 부분이라, 여기서부터는 검증된 사실이라기보다 저자의 주장으로 거리를 두고 읽는 게 좋겠다. 저평가가 해소된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아직은 하나의 전망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분량으로 보나 소제목 개수로 보나 가장 두꺼운 건 3장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식, 변화에 맞는 주식, 저평가된 주식, 배당이 증가할 수 있는 회사를 찾으라는 기준에서 시작해, 기댓값을 판단의 축으로 삼는 법,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매매 원칙, 감정에 무너진 투자의 사례, 투자 루틴 만들기까지 이어진다. 초보자를 위한 일별·주별·월별 체크리스트도 들어 있다. "투자의 힘은 지식이 아니라 절차입니다"라는 문장이 이 장의 요지인데, 종목 찍어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심심하게 느낄 수 있어도 오래 가져갈 수 있는 이야기는 오히려 이쪽이라 생각된다. 확실히 애널리스트 출신답게, 태도와 신념을 말하던 앞 장들과 달리 여기서는 문장이 구체적인 행동 지침으로 바뀐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세 가지 질문이 중요합니다. 무엇을(What), 언제(When), 어떻게(How). ‘무엇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우선 무엇을, 어떤 주식을 사야 할까요

질문을 던져주지만, 그 답을 모르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다들 이래서 사기를 당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좋다고 생각하는 회사의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회사의 주가가 상승합니다. 내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의 주가가 오릅니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극소량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걸 보면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책이 출간된 시점에는 맞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계도 짚어야겠다. 우선 제목이 독자의 절반을 밀어낼 수 있는 책이다. '진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3장의 쓸 만한 방법론까지 함께 덮어버릴 것 같고, 반대로 그 단어에 끌려 집어 든 사람에게는 3장의 실전 이야기가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260쪽 안에 '왜 투자해야 하는가'와 '어떻게 투자하는가'를 모두 담다 보니 각각의 깊이가 아주 깊다고 하기는 어렵고, 이미 투자 공부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3장은 아는 이야기의 비중이 꽤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전제는 어디까지나 전망이다. 시장이 저자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면이 오면, 이 책의 앞부분은 지금과는 다르게 읽힐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그럼에도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의 미덕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주식투자를 어쩐지 꺼림칙한 돈놀이로 여겨 멀리해 온 사람에게, 투자를 시작해도 되는 이유를 이렇게 정색하고 설득해 주는 책은 드물다. 발간 석 달이 채 안 되어 8만 부 넘게 팔렸다는 보도가 있었던 걸 보면(2026년 3월 초 기준), 그 설득이 필요했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주식투자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입장이라 시장 전망의 옳고 그름을 따질 능력은 나에게 없지만, 투자를 대하는 관점 하나와 지킬 만한 절차 몇 개를 얻는 것만으로도 22,000원의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듯하다. 투자와 담쌓고 살아온 사람, 특히 투자가 자기 가치관과 충돌한다고 느껴 망설여 온 사람이라면 읽어볼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여러분은 왜 아직 주주가 아닙니까,라는 책의 첫 질문 앞에서 각자의 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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