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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한눈에 보는 대한민국 코스피 서평 - 코스피 1만 시대 지도

by 믹스 2026. 7. 18.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608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코스피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때는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진리처럼 통했는데, 어느새 코스피 1만 시대라는 단어가 진지하게 오르내리는 분위기다. 미국 주식이 답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우리 시장에 대해서는 뒤늦게 뉴스에 나오는 종목 이름이나 쫓아다니는 수준이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딘가 어리둥절한 변화이기도 하다. 한눈에 보는 대한민국 코스피는 바로 그 어리둥절함의 정체를 짚어주는 책이다. 왜 지금 대한민국 증시에 기회가 있다고들 하는지, 그 돈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종목이 아니라 산업과 자본의 흐름으로 풀어낸다.

사실 이 책은 서평단에 신청해서 받게 된 책이다. 신청자가 많아 보여서 기대는 접어두고 나중에 도서관에서나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어느 날 책이 도착해 있었다. 기대를 접으니 오더라는... 호기롭게 책을 펼쳤지만 생각처럼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낯선 용어들, 관심을 두지 않던 분야에 대해 줄기차게 이어지는 문장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저자는 네이버의 투자 커뮤니티 미주미에서 반도체와 AI 산업 분석 글로 활동해 온 MrTrigger라는 필진이다. 커뮤니티 필진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이 책의 결을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학자의 언어가 아니라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개인 투자자의 언어로 쓰여 있어서, 경제 이론이 나올 법한 자리에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대신 들어와 있다. 404쪽이라는 분량에 낯선 분야라는 부담까지 더해져 진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그나마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힘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고질병

책의 1부는 왜 우리 증시가 그렇게 오랫동안 저평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는지에서 시작한다. PBR 0.86의 굴욕이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회사를 통째로 사서 청산하는 게 이득일 만큼 시장이 기업 가치를 쳐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숫자는 정직하다. 새삼스럽게 와닿는 부분이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지배구조 개편 같은 내부의 체질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미국발 유동성과 환율이라는 외부의 물길이 어떻게 방향을 틀고 있는지가 차례로 이어진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밸류업이니 지배구조 개편이니 하는 단어들은 뉴스에서 숱하게 봤지만 그게 내 계좌와 무슨 상관인지 연결이 되지 않았었다. 이 책은 그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이어준다. 개별 사건으로 흩어져 있던 뉴스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지는,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랄까. 다만 1부의 전제 자체가 대한민국 증시의 재평가라는 낙관적 시나리오 위에 서 있다는 점은 읽는 내내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코스피를 견인하는 3대 엔진

2부가 이 책의 본론이자 제목값을 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코스피의 성장 동력을 세 개의 엔진으로 정리한다. AI 혁명과 함께 가는 반도체 중심의 기술 자본이 메인 엔진, 그 기술을 현실로 만드는 에너지와 전력 인프라가 연결 엔진, 그리고 방산·조선·모빌리티·엔터까지 아우르는 K-수출 자본이 확장 엔진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잘 나가면 왜 전력 인프라와 변압기 회사까지 따라 움직이는지, 그동안 따로따로 보던 섹터들이 하나의 생태계로 엮여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게 이 구조가 가진 힘이겠다.

특히 반도체를 다루는 4장은 저자의 주 종목답게 밀도가 다르다. 메모리에서 그치지 않고 소부장, 디자인하우스와 IP까지 내려가며 생태계의 아래층까지 훑어주는데, 반도체 뉴스를 봐도 어느 회사가 어느 층에 있는 회사인지 헷갈리던 사람이라면 이 장만으로도 본전 생각은 안 나지 않을까. 방산과 조선, 엔터를 묶어서 K-Everything이라는 틀로 정리한 6장도 재미있게 읽혔다. 각각의 산업이 왜 지금 주목받는지가 수출 자본이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한계도 명확하다. 이 책은 종목 추천서가 아니다. 어느 회사 주식을 사라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펼치면 실망할 수 있겠다. 산업의 지도를 그려줄 뿐 그 지도 위에서 어디로 걸어갈지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이 책의 미덕이라 생각되지만, 당장의 답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리고 시장 전망을 다루는 책의 숙명이겠지만, 코스피 1만이라는 전제가 흔들리는 국면이 오면 책의 절반은 다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섹터별로 공부가 되어 있는 중수 이상의 투자자라면 아는 이야기의 비중이 꽤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여 둔다.

국장이 낯선 사람에게 지도가 되어줄 책

그래도 책장을 덮고 끝나는 독서는 아니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투자 중인 종목들을 책이 그려준 지도 위에 올려놓고 하나씩 돌아보는 중이고, 널뛰기 중인 삼성전자도 예전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다시 보고 있다. 읽으며 느낀 것들을 이렇게 조금씩 되새김질해 보고 있는 중인데, 뉴스가 아니라 내 기준으로 종목을 들여다보게 된 것 자체가 변화라면 변화겠다.

주식 투자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장 전망의 옳고 그름을 평가할 지식은 나에게 없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증시가 지금 어떤 국면에 있고 어떤 산업들이 그 판을 움직이고 있는지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된다. 뉴스에 끌려다니는 투자에 지친 사람, 미국 주식만 보다가 국장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진 사람이라면 읽어볼 이유가 충분하겠다. 투자 내비게이션이라는 부제가 과장이 아니라면, 이제 남은 건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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