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5
한해의 마지막을 이 책으로 장식하게 되어 다행이라 여겨진다. 책을 읽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조금 짧은 기간이나마 가지게 된 적응기를 기점으로 내년 한 해 동안 모닝 루틴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모닝 페이지를 접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이름 없는 아티스트가 서서히 깨어난다. 아니, 깨울 수 있을까? 우연히 모닝 페이지에 대해 알게 된 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다른 건 아직 모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루틴 하나를 만나게 된 것 같아 반갑다. 아침 일기와는 달리 어떤 목적의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법이 일단 좋았던 것 같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애기들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오직 나만이 알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꺼낼 수 있는가이다. 저자는 이러한 해결법으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추천한다.
모닝 페이지
우리는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언제나 커다란 변화만 필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책에서 다루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단연 중요한 건 모닝 페이지다. 우연히 알게 된 모닝 페이지가 궁금해서 책을 보게 된 배경 뒤에는 그림을 좋아하며 아티스트를 꿈꾸던 과거의 내가 투영되고 있었다. 그런 욕구가 책을 읽게 만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머릿속에 맴도는 모든 것들을 정신없이 쏳아 내고 나면 한결 머리가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잡다한 생각이 빠져나가고 있는 기분을 체험할 수 있었다. 몸안의 독소가 조금씩 빠진다고 표현할까? 이제 시작한 지 열흘 정도. 아직 무언가를 체험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지만 대충 이런 거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생긴다.
비몽사몽간에 적은 글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생각이 든다. 꾸미지 않은 그런 나. 별로 꾸민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인간은 누구나 한가지 일에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좋을까 나쁠까. 이런 현상은 사회생활을 하며 동료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꾸미거나 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닝 페이지에서는 이런 것들이 들어갈 여지가 적다. 왜? 비몽사몽간에 적는 페이지에 천사와 악마도 졸리긴 마찬가지. 어느 한쪽이 아닌 오롯이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새벽의 몽롱한 시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필터링 없이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그대로 넘어가면 되는 것이고. 있다면 가감 없이 써 내려가면 된다.
종이에 펜으로 적는걸 추천하는데 가필이나 수정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효과적이겠지만, 나 같은 디지털에 친숙한 인간은 모니터와 키보드가 편하기에 나는 notion에 모닝 페이지를 만들고 작성해보고 있다. 아직 8주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작성한 페이지는 보고 있지 않지만, 8주가 지난 뒤 과거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이 기다려지긴 한다.
아티스트 데이트
불확실하다고 해서 꿈을 꺾어 버리는 것은 자신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그 가치는 자신과 신에게 달려 있다.
창조주는 우리를 창조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창조성은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내 안의 아티스트와의 데이트. 내 안의 어린 아티스트에게 다양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창조적이라는 것에 대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범접할 수 없는 천재적인 발상과 표현력을 두고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런 창조적인 결과물들을 보고 꿈을 키우던 어린 아티스트는 스스로의 재능을 남들과 비교하거나 비교당하기 시작하면서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싹을 뽑아버리기 시작한다. 그리곤 메말라 버린 땅을 보며 후회를 하고 미련을 가진채 다시금 씨를 뿌려볼까 고민한다.
일주일에 한 번,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창조성을 일깨울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겐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 같다. 쓸데없이 웹툰을 본다거나 서핑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멍 때 리거나. 나름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는 있지만 내 안의 아티스트에게 제대로 된 영양소를 제공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해온 것들이 전부 아티스트 데이트를 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저 인풋만 있었고 아웃풋이 빈약했던 것은 아닐까?
후기
책을 읽으며 옆에 두고 있던 몰스킨을 펼쳤다. 정말 오랜만에 펜으로 끄적거린 것 같다. 내 안의 아티스트는 어떤 녀석일까. 오랜만에 마주한 내 안의 아티스트는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즐겁다. 내심 그림만 그리며 살고 싶다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꾸준하지 못한 것도 있다. 잘 그리다 순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으며 펜을 들고 있기가 민망해지는 순간이 오며 아무것도, 선 하나도 그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땐 그냥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하는데 난 채근하며 질책을 했던 것 같다. 틀려도 괜찮고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데 스스로가 너무 완벽을 추구한 것은 아닐까.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
모닝 페이지를 통해 나를 검열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며 그 힘을 근간으로 내 안의 아티스트에게 영감, 실행력이라는 에너지를 주고 싶다. 꾸준하게. 내 안의 아티스트를 일깨우고 싶다면 읽기를 권하고 싶다. 잠들어 있는 욕구를 분출시키고 싶다면 읽기를 권하고 싶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생각이 들었던 키워드는 아티스트, 모닝 페이지, 자기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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