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8.022
일본에 갔을 때 구입한 문고판
무라카미 씨의 소설은 내가 읽기에 조금 난해한 느낌을 준다. 익숙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주변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이 상당히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읽는 동안 앞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고, 너무나 정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흐름이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는 책을 읽다 꽤 졸기도 했지만, 뒤로 갈수록 문체에 익숙해지며 집중도가 높아진 듯 나름 속도도 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주인공과 나를 동화시키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주변에 무감각한 채 관망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대책도 없이 하루를 보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이 꽤 흘러 버린 상태에서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으며 왜 그랬었는지조차 불분명한 시간을 보내던 상태.
死は生の対極としてではなく、その一部として存在している。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닌,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시종일관 책에서는 주인공을 기준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이 꽤 된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통해 주인공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들과 연결되어있던 자신의 일부분을 깨우쳐가는 과정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결국, 소설은 초반에 주인공으로 하여금 과거를 회상하게끔 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 빠진 채 현실로는 돌아오지 못했다. 보통은 음? 끝이 뭐 이래? 라는 상황이 당연하지만, 뭔가 납득이 가는 맺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저 그 안에서, 현실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만이 문제일 것 같다.
뭐랄까.. 서점에 가게 되면 번역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세밀한 표현들을 과연 어떻게 번역을 하였을까 하는 궁금증과 심의상 걸리지 않을까 생각되던 일부 성적묘사 등을 어떤 식으로 대처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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